행동이 느린 아이

꾸중 말고 하기 싫어하는 이유 찾도록

7살 경민이는 유치원에 한번 가려면 애를 먹인다. 화장실에 세수하러 들어가면 세수는 안 하고 치약을 짜서 놀거나 비누를 가지고 거품 장난을 친다. 그냥 놔두면 30분도 더 장난을 치다 나온다. 옷을 입으라면 바지 한 짝 꿰고는 텔레비전 보느라 정신이 없다.

그런데 경민이 엄마는 또 한가지 문제를 호소했다. 분명 어제 가르쳐 준 산수 문제를 오늘 물어보면 모르는 것. 답답해서 큰소리를 치면 멍하니 앉아 있어서 지능 검사까지 했다.

지능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문제는 성격 검사 결과에서 드러났다. 이 어린이는 부모자녀 관계에서 가정을 따뜻하고 화목한 것으로 느끼지 못하고 부모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느낌을 가지고 있었으며, 동생에 대한 강한 경쟁심이 있고, 마음속에는 화가 많고 우울감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민이 엄마는 첫아들인 경민이에게 기대가 커서 욕심을 많이 부렸다. 그러다보니 경민이가 조금 잘못한 것도 야단치게 되고, 매사에 느린 아이의 일을 대신해 주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8살난 철수는 입학이후 숙제 때문에 매일 엄마와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10분이면 할 것을 한 시간 이상씩 붙들고 있고 그냥 놔두면 두세 시간도 간다. 가서 보면 숙제를 펼쳐놓고 멍하니 있을 때도 있고, 방에서 장난감을 갖고 놀다가도 밖에서 무슨 소리가 나면 얼른 나와서 간섭을 한다.

대부분 느리게 행동하는 아이에 대해 부모들은 아이가 게을러서 그렇다고 생각을 한다. 그러나 게으른 것이 아니다. 아이의 느린 행동은 ‘이 일을 하기가 싫다’는 마음을 돌려서 표시하는 것이다. 유치원이나 학교 갈 때 늑장을 부리는 것 또한 그곳에 가기 싫기 때문이다.

또, 느린 아이들은 매사에 소극적이고 의존심이 많은데다 대부분 마음속에 우울감이 있다. 게다가 부모를 강하고 무서운 존재로 느끼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하기 싫다는 말을 못하는 것이다.

아이를 너무 야단치다가 느리게 만든 부모들이라고 해서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아이가 늘 의욕없이 소극적으로 하고 조금만 힘들어도 안하려 하니 아이를 강하게 키우려고 닦달했을 것이다. 그러다보면 아이는 더 느리게 행동한다. 이런 악순환 때문에 느리게 하는 행동이 습관처럼 되었고 부모자녀관계까지 망가지게 된 것이다.

악순환을 끊으려면 혼내고 잔소리하는 것을 멈춰야 한다. 부모에 대한 무서운 이미지부터 없애야 한다. 그래야 아이가 무엇을 하든지 부담감없이 할 수 있다. 그리고 아이가 하기 싫어하는 이유를 찾아 이를 해결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예를 들어 엄마 떨어지는 게 싫어서 유치원에 안 가려하는 아이는 분리불안을 없애주어야 하는 게 급선무이고, 학교 숙제를 느리게 하는 아이는 학교 다니는 것만 해도 벅차서 그런 것이니 방과 후 과외활동을 줄여야 한다.